Art is not what you see, but what you make others see -Edgar Degas
예술은 당신이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당신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을 보게 만드냐의 문제이다 – 에드가 드가
착시의 미학
시각은 인간의 오감 중 하나로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감각이다. 인간은 보는 대로 사고하고 생각하는 대로 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허점을 파고들어 사물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시각적인 착각을 일으키는 현상을 착시라고 한다. 착시의 활용은 미술에서 잘 나타나는데, 트롱프뢰유(Trompe l’oeil)는 ‘눈속임’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로, 매우 사실적인 표현을 통해서 그림을 실제 사물로 혼동하게 만드는 그림과 이와 같은 표현 기법을 일컫는다. 2차원에 불과한 그림들은 어떻게 우리가 이러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것일까?
해석의 오류
인간이 무언가를 보기 위해서는 먼저 빛이 있어야 한다. 빛은 물체에 부딪혀 눈의 제일 바깥쪽인 각막과 렌즈의 역할을 하는 수정체를 지나 망막에 상을 맺는다. 망막에 존재하는 색상과 명암을 감지하는 시각 세포들이 빛에 의해 흥분하게 되고 이는 시각 신경을 통해 대뇌의 시각령에 전달되고 우리는 시각적인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적인 정보를 뇌가 해석함에 따라 우리는 사물을 인식할 수 있다. 즉, 시각적인 정보에 문제가 없더라도 뇌가 정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오류가 곧 착시라는 뜻이다.
일그러진 상, 아나모픽
착시의 원리를 잘 활용한 예술 기법 중 하나는 아나모픽(Anamorphic) 기법이다. ‘일그러진 상’을 뜻하는 아나모픽 기법은 특정한 각도나 특정한 방법으로 보았을 때 작가가 의도한 형상이 나타나게 된다. 사물을 바라보는 각도나 방향에 따라 시각적으로 들어오는 정보가 다른 점을 활용한 착시 예술 기법인 것이다. 이는 원근법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기반으로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계산을 통해서만 완성되는 정교하고 수준 높은 기법으로 평가된다.
왜곡의 역발상
아나모픽 기법은 크게 거울의 왜곡을 사용하는 기법과 시점에 따라 왜곡되는 기법으로 나뉠 수 있다. 언뜻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왜곡된 그림이지만 적절한 위치에 원통형 거울을 놓으면 숨겨져 있던 원래의 그림을 찾을 수 있다. 원통형 거울이 주는 왜곡을 역으로 이용해 왜곡된 세상 안에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 내는 것이다.
거울형 아나모픽 기법은 시점형 아나모픽 기법에 비해 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 시점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거울을 통해서라면 약간 다른 각도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의미 전달의 매체
아나모픽 기법은 하나의 단순한 미술 기법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착시 현상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흥미로움과 재미를 유발할 수 있어, 아나모픽 기법은 광고 등 다수에게 특정 가치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자주 쓰인다. 눈과 뇌를 속이는 재치로 놀라움과 신선함을 주고 호기심을 자극해서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혼다 자동차의 광고에서는 아나모픽 기법을 활용해서 현실과 그림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엄청난 신선함을 주었다. 실제로 혼다는 이 광고를 통해 클리오 광고제에서 동상을 수상해 그 기발함을 인정받았다.
아나모픽과 디지털 기술
아나모픽 예술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특정한 시점에서 봐야하기 때문에 감상자의 능동적인 관람이 요구된다. 이러한 특성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확장현실(Extended Reality)과 접목되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캔버스에 한정되어 있었던 아나모픽 예술이 디지털 기술을 만나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게 된 것이다. 대형 LED 스크린 등을 통해 구현된 아나모픽은 평면적인 스크린 안에 가상의 입체 공간을 만들어서 실제로 스크린 안쪽으로 공간이 존재한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Love Earth, Switch Off (지구를 살리는 어둠)
아나모픽 기법이 활용된 또 다른 예시에는 스타필드 하남에서 전시한 “Love Earth, Switch Off (지구를 살리는 어둠)” 캠페인이 있다. 스타필드 중앙에 위치한 대형 미디어 타워 속에 입체적인 공간을 만들고 사실적인 그래픽을 통해 당장이라도 미디어 타워 안쪽으로 걸어갈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QR코드를 인식하여 컨텐츠에 직접 참여할 수 있으며 스위치를 끄는 작은 행동들이 모여 지구를 살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다른 아나모픽 기법 적용 콘텐츠들과 차별점이 존재한다. 미디어 아트 그룹 ‘커즈(CUZ)’는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높이기 위해 아나모픽 기법과 XR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 중에 있다.
맺음말
미디어는 메세지다 – 마셜 맥루한
컨텐츠가 담겨있는 매체의 특성에 따라서 감상자가 이를 수용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커즈(CUZ)의 캠페인과 같이 아나모픽 기법과 XR 기술과 접목되었을 때, 앞으로 인터렉티브 미디어 콘텐츠가 갖는 그 끝없는 가능성이 매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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