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 콘텐츠가 그리는 저널리즘의 미래

저널리즘의 미래는 실감형, 대화형, 3D

메타버스가 대중화되며,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산업 또한 빠르게 발전하고있다. 교육, 여행, 제조 등 사회 전반의 분야에서 이러한 실감콘텐츠들을 접목시키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언론사들 역시 앞다투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나 실감콘텐츠 기술을 적용해 시청자로 하여금 실제처럼 느끼도록 하는 몰입형 저널리즘(Immersive journalism)이 대표적이다. 몰입형 저널리즘은 VR, AR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 활용한 저널리즘을 뜻한다. 몰입형 저널리즘은 뉴스 시청자가 상황 속에 주체적으로 몰입하여 실제처럼 느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출처 : innovationorigins.com)

스토리텔링(Story-teling)에서 스토리리빙(Story-living) 으로

앞서 언급했듯 몰입형 저널리즘의 핵심은 ‘시청자가 주체가 되어, 실제처럼 느끼도록 하는 콘텐츠’에 있다.

기존의 언론이 특정 관점에서 상황을 보도하여 시청자들로부터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 비해, 몰입형 저널리즘은 이러한 문제점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즉, 기자의 시선을 따라가지 않고 시청자가 자신만의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도록, 관점의 주체가 전환된 것이다. 따라서, 몰입형 저널리즘은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여야 하는 영상 뉴스와 비교했을 때 훨씬 높은 상호작용성을 갖는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시각적 이미지는 개인의 지각과 판단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몰입 저널리즘은 전통 언론의 고질적 문제였던 틀짓기 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실제로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실감 콘텐츠를 36명에게 감상하도록 한 실험에서 28%는 중심 사건이 이루어지고 있는 화면이 아닌 그 주변으로 시선을 옮겼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몰입 콘텐츠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상황 속에 들어가도록 함으로써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도록’ 작용하는 것이다. 기존 일방적으로 이루어졌던 ‘스토리텔링’의 형태에서 직접 이끌어나가는 ‘스토리리빙’의 형태로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 프레이밍 효과: 동일한 사건이나 상황임에도 문제의 표현 방식에 따라 개인의 판단이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는 현상

세계, 몰입형 저널리즘에 집중하다

USA today '미국 국회의사당 혼란 사태 AR 보도'

(출처 : USA today, http://www.usatoday.com/)

미국 언론사 ‘USA Today’는 2021년 1월 6일 있었던 국회의사당 혼란 사태 보도에서 AR 기술을 활용했다. 의원들이 조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미국의 심장부인 연방 의사당에 모여있던 시점, 수천 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연방 의사당을 점거한 큰 사태였다. 혼란한 상황 속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찍은 사진을 시간대별로 모아 AR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대중들이 사건 발생 경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사건의 중대성을 알렸다.

BBC뉴스 '나일강 댐 프로젝트'

(출처 : BBC News 공식 유튜브, youtube.com/BBCNews)

BBC 뉴스의 ‘나일강 댐 프로젝트(Damming the Nile)’ 는 ‘뉴스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3부작으로 만들어진 가상현실 뉴스 시리즈로, 360도 영상을 활용해 사람들을 몰입시켰다.

( 출처 : Walking New York, wired )

인스타그램에 AR 콘텐츠를 도입하는 등 몰입형 저널리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언론사 선두주자는 단연 뉴욕타임즈라고 할 수 있다.

뉴욕타임즈 'Daily 360'

(출처 : 뉴욕타임즈 공식 유튜브 The New York Times, youtube.com/@nytimes)

뉴욕타임즈는 삼성전자와 협업해 뉴욕의 이곳저곳을 360도 화면으로 보여주는 유튜브 콘텐츠 ‘Daily 360’을 제작했다. 영상미 있게 뉴욕의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나아가  더욱 현실적이고 적나라한 미국의 소식 역시도 ‘Daily 360’을 통해 전하고 있다.

가상현실, 마음을 움직이다

유튜브 immersivejournalism 'Hunger in Los Angeles'

(출처 : 유튜브 immersivejournalism, youtube.com/@immersivejournalism)

데 라 페냐 감독의 ‘로스엔젤레스의 굶주림(Hunger in Los Angeles)’ 은 실감 콘텐츠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첫 몰입형 저널리즘 사례이다. 영상 속 사람들은 뜨거운 여름날 푸드 스탬프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다. 갑자기 한 남자가 그 자리에 쓰러지고, 구급대원들이 달려오고, 사람들은 웅성거린다. 이 상황 속에 들어간 참여자는 완전히 몰입하여 실제 상황인 것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출처 : 유튜브 immersivejournalism, youtube.com/@immersivejournalism)

감성 기술의 선한 영향력 사례로 손꼽히는 ‘너를 만났다’ 시리즈 역시도,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넘어서 공익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산재 사고로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다룬 ‘용균이를 만났다’ 편 역시도 몰입 콘텐츠를 저널리즘에 활용한 예시이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처우를 직접 보고 들음으로서 사회 문제에 공감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MBC '너를 만났다' 시리즈

(출처 : MBClife 공식 유튜브, youtube.com/@MBClife)

‘소방관을 만났다’편 역시도 그렇다. 사람들은 소방관이라는 직업, 그중에서도 군포 물류센터 화재 현장의 모습을 VR로 체험했다. 일반인들이 알 수 없는 어려움, 무게를 직접 경험함으로서 소방관의 입장에 깊이 있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출처 : MBC 채널 공식 유튜브, youtube.com/@MBC_officialchannel)

몰입형 저널리즘의 현주소와 미래

저널리즘을 비롯한 실감형 미디어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녹아들기 시작했다. 디지털이 익숙한 세대가 주를 이룸과 동시에 딱딱하고 차가운 디지털 세계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몰입 콘텐츠는 결국 경험 콘텐츠(Experiential content)다. 2021년 말 국제뉴스미디어협회는 메타와 함께 유럽 언론을 대상으로 XR 강연을 진행했다. XR의 차별성, XR 비즈니스 기회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루었는데, 이를 통해 미디어가 XR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람은 언어로서 전달받은 정보보다 시각적인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하고, 다중 감각을 활용해 정보를 전달받았을 때 훨씬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단순히 정보를 수용하는 방식보다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상황을 인지하고 자신의 의견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실감 저널리즘이 향후 더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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