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류와 콘텐츠 산업
판데믹과 함께하는 힘든 시작이었지만, 2020년은 한류 콘텐츠의 결실이 꽃피는 해였다. 미국의 음악 매체 컨시퀀스 오브 사운드(Consequence of Sound)는 BTS를 2020년 올해의 밴드로 선정했다. 더는 제2의 비틀즈가 아닌, 최초의 방탄소년단이라는 평가를 받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게 되었다.
영화계에도 경사가 있었다. 영화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과 국제영화상을 받기도 했다. 한류 콘텐츠는 이제 세계를 대표하는 문화 상품으로 변화하였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 한류는 지난 20여 년 동안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구분 | 기존 한류(As is) | 신한류(To Be) |
이미지 포지셔닝 | 한국만의 것으로, ‘진출’, ‘점유’등 공격적 의미를 갖는 한류 | 모두가 함께 ‘향유’하는 세계속의 문화, 즐거움으로서의 한류(다양성) |
관점 | 정부 시각의 한류 국가 산업으로서의 한류 | 민간 시각의 한류 문화 · 경제적 관점에서의 한류 : 정부 지원은 적극적으로, 관여는 최소한으로 |
정책방향 | 외연확대 – 국가의 ‘대표 수출상품’으로서 매출 증대, 진출 확대, 국가 이미지 강화 | 미래를 향한 한류 건강한 생태계, 강력하고 창의적 콘텐츠, 제한적이나 효율적인 정부지원 등 내실화를 통한 미래 한류의 토대 마련 |
정부는 2020년 이후 시점에서 지향하는 한류를 신(新)한류(K–Culture)라 지칭했다. 신한류란 기존 한류와 달리 한국 문화 전반에서 콘텐츠를 발견하여 소비재 · 서비스업 등 연관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상호 문화교류를 지향하고 지속성과 파급효과가 높은 한류를 말한다.
문화도 경제처럼 수입보다 수출이 필요해요. 나는 한국의 문화를 수출하기 위해 외국을 떠도는 문화 상인입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白南準)
한국 : 입체적 상상 (Korea : Cubically Imagined)
이러한 신한류와 함께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전시가 프랑스에서 열린다. 오는 7월 6일부터 16일까지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한류 대표 콘텐츠를 활용한 융복합 실감 콘텐츠 전시회가 개최된다. 앞서 소개했던 BTS와 기생충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예술가들의 창작 세계를 함께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도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한국 : 입체적 상상’으로 국제연합인 UN이 올해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 창의 경제의 해’로 지정함에 따라 코로나19 이후 재편될 새로운 미래에 대한 한국의 상상력을 세계인들과 나누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유네스코 사무국 문화 다양성 협약 부서의 공동주최로 개최되었다.
기생충(VR)
‘기생충 VR’은 기생충 IP를 활용한 최초의 VR 필름으로, 국내의 게임콘텐츠 개발사인 이브이알스튜디오(EVR STUDIO)가 제작을 맡았다. 영화 속의 공간들과 숨겨져 있는 메타포(은유)들을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틀 안에서 영화의 시각적 언어를 활용한 기생충 VR은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하여 체험할 수 있는 VR 콘텐츠뿐만 아니라, 미디어 월(Media Wall) 버전도 별도 제작했다고 한다. 제작이 완료된 후 진행된 비공개 시연회에서 원작자인 봉준호 감독의 극찬을 받았다고 하니, 국내에서의 전시를 기대할 만할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은 스마트 디지털 박물관으로의 비전을 설정하고 현재 다양한 전시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 비전 중 하나인 디지털 실감영상관은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실감 콘텐츠를 전시하고 있다. 이미지가 언어가 되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실감 영상관을 통해 전시품에 관한 관심과 우리의 문화유산을 더욱 친숙하게 느끼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디지털 실감 영상관 1관은 두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시관과 연결된 전실에서는 반응형 영상 ‘꿈을 담은 서재, 책가도’가 관객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태블릿 PC로 책장을 골라 좋아하는 물건을 넣을 수 있는,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한 콘텐츠이다.
다음 방으로 이동하면 폭 60m, 높이 5m의 3면 파노라마 스크린이 펼쳐져 있고, 온몸을 감싸는 초대형 영상이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금강산에 오르다’,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하다’, ‘영혼의 여정, 아득한 윤회의 길을 걷다’, ‘신선들의 잔치’ 4종의 콘텐츠가 교차 상영된다. 그림 속을 거니는 시구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경험을 느낄 수 있다.
가상현실(VR)이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한다. 관객은 박물관 수장고와 보존과학실에서 큐레이터가 되어 소장품을 조사하고 보전처리를 하며, 감은사 석탑의 사리장엄구를 깨워 신라 문무왕의 뜻을 살펴볼 수 있다.
디지털 실감 영상관 2관은 한옥과 전통 발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공간으로, 탐스러운 모란꽃, 작은 새가 남긴 발자국, 호랑이 털 모양의 능선 등 선조들의 디자인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외에도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고구려 벽화무덤을 4면에서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실감 영상관 3관과 경천사탑 십층석탑을 증강현실(AR)로 살펴볼 수 있는 등 다양한 실감 영상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다.
태싯 그룹 (Tacit Group)
태싯 그룹(Tacit Group)은 21세기 새로운 예술을 만든다는 비전 아래 국내외에서 활동하던 다양한 개성의 예술가들이 마음을 모아 결성한 미디어아트 공연 그룹으로, 디지털 기술에서 영감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멀티미디어 공연과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 그리고 프로그래밍으로 이루어지는 알고리즘 아트까지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이들은 20세기 이루어졌던 예술의 혁신성을 본받으면서도, 예술이 혁신과 실험에서 끝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태싯 그룹의 작업은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재료들로부터 예술의 세계를 발견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표현하여 창조의 가치와 대중적 재미를 함께 추구한다.
오디오 비주얼이라는 생소한 장르에 10년 넘게 도전하면서도 이들의 열정은 처음처럼 변하지 않았다. 2020년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 한글 특별전 ‘ㄱ의 순간’에 참여해 출품한 작품 ‘Morse ㅋung ㅋung’은 그 이름부터가 특이하다. 태싯그룹의 예술관은 소리와 글자의 이치가 다르지 않다는 훈민정음 창제 원리 ‘이기불이’(理旣不二)와 일치한다.
악기 대신 컴퓨터 언어인 코드를 입력해 음악을 생성하고, 이를 즉흥으로 변주한다. 처음에는 화면에 낯선 프로그래밍 언어가 뜨면서 이에 상응하는 음향이 나오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일반 관객에게 다가가기에는 너무 난해했다.
고민 끝에 한글을 도입했고, 이전 작품 ‘훈민정악’(訓民正樂)에 이어 길고 짧은 두음으로만 뜻을 전달하는 모스 부호와 한글을 대입하여 이번 출품작인 Morse ㅋung ㅋung을 제작하게 되었다.
맺는 말
한류라는 현상은 한국의 문화가 가진 독창성을 전 세계에 전파할 수 있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예술적 잠재력과 창의력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는 것은 물론 기쁜 일일 것이며, 문화가 가진 힘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또 하나의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뒤이어 흐르는 새로운 한류의 물결은 새로운 파장을 만들 것이고,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한국의 문화를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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