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트 브러시: 꿈과 동화로 그려낸 희망의 세계


My heart has wings and I can fly.
I’ll touch every star in the sky.
So this is the miracle I’ve been dreaming of.

제 심장은 날개가 있고 날 수 있어요.
하늘의 모든 별을 만질 거예요.
이것이 내가 꿈꾸던 기적이에요.

Cinderella – So This Is Love
(디즈니 신데렐라 애니메이션 OST)

아티스트와 XR 디바이스

가상현실은 현재 떠오르는 기술일 뿐만 아니라, 모든 아티스트가 자신의 작품을 자유롭게 전시하고 공유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이다.

이와 관련된 디바이스가 스마트폰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대중화되는 것은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여러 예술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구는 지금도 많다. 오늘은 그중 하나인 구글의 틸트 브러시(Tilt Brush)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한다.

새로운 시각에서의 붓과 팔레트

틸트 브러시는 VR 디바이스 사용자가 기기를 통해 체험하는 가상공간 내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3D라는 특성을 살려 사용자는 X, Y, Z 축 전부를 사용할 수 있고, 직접 이동하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즉, 가상공간에서 자유롭고 입체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붓과 팔레트는 양 손의 컨트롤러로 치환된다. 그리고 컨트롤러는 저장된 위치정보를 활용하여 가상공간상에 붓처럼 그림을 그리거나,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띄워 색을 고르는 팔레트로 사용하거나, 붓의 특성을 바꾸는 등 여러 기능을 실행하고 설정할 수 있다.

게다가 일반적인 재료뿐만 아니라 반짝이는 네온 효과, 흩날리는 눈과 같은 특수효과를 사용할 수 있어 작가가 가진 상상 속의 예술 세계를 쉽게 끄집어낼 수 있다. 또 데님, 실크, 면, 가죽 등 옷의 질감 또한 표현할 수 있어 패션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4년 Proto Awards에서 최고의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상을 수상했고,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업데이트와 기능 향상으로 여러 부문에서 수상을 받은 바 있다. 2021년에는 구글 내에서 자체적인 개발은 중단되었지만, 프로그램을 오픈소스화 하여 유저들에게 더 큰 가능성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틸트 브러시와 만난 작가들

앞서 언급한 틸트 브러시를 이용하여 작품을 만드는 두 작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안나 드림브러시(Anna Dreambrush)는 VR 디바이스 중 하나인 HTC 바이브(VIVE)를 사용해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작가이며, 제작과정을 공연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다른 한 작가인 피터 찬(Peter Chan)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지만 구글 아트 인 레지던스(Art In residence)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몰입형 애니메이션과 3D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일러스트 작품을 만들었다. 두 작가의 소개와 표현방식을 살펴보려 한다.

안나 드림브러시(Anna Dreambrush)

드림브러시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안나 질리야에바는 틸트 브러시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가상현실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리고 그녀의 모든 작품은 혼합 현실(Mixed Reality, MR)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가상 세계 내부의 작품을 쉽게 볼 수 있다.

열네 살의 나이로 러시아 오렌부르크 미술학교에 입학하여, 4년 후 가장 어린 나이로 졸업한 작가는 미술 화가, 미술 교사라는 직함을 거쳐 조각과 예술품 복원을 모스크바에서 배운 경험이 있다. 이후 오렌부르크 대학교에서 건축학을 1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시네마 대학교에서 1년, 같은 지역의 에르젠 대학교에서 3년 간의 미술 학위를 취득했다.

학업과 함께 작가는 카툰 애니메이터, 초상화가, 게임 디자이너,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등 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이어나갔다.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장 오래된 출판사인 레니즈다트(lenizdat)의 아트 디렉터로 일한 경험이 있고, 현재는 미술을 가르치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했다.

2017년부터는 VR 디바이스와 틸트 브러시를 활용해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자신의 홈페이지와 SNS, 유튜브 등을 통해 작가의 세상을 공개해왔다. 유튜브 재생목록을 기준으로, 4년 동안 약 100편이 넘는 작품들을 제작해왔다.

작가의 작품은 여러 각도에서 관람해도 실제 유화처럼 보이는 특징을 가진다. 그만큼 입체적으로 그려졌다는 것을 잘 드러내는 예시라고 할 수 있으며, 다양한 브러시와 색상을 사용해 브러시의 질감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Dreams make your life more beautiful.
Dreams make you hope, give you the hope.

꿈은 당신의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듭니다.
꿈은 여러분을 희망으로 만들고, 여러분에게 희망을 줍니다.

안나 드림브러시, TED 강의 중에서

작가는 가상의 세계인 VR을 현실의 도피로 인식하지 않고, 꿈을 실현하는 새로운 세상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얻은 꿈과 희망이 현실의 존재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TED 강의에서, 작가는 예술이 발전할 하나의 방법으로 볼류미즘(Volumism)이라는 단어를 제시하였다. 그것은 가상현실에서 원하는 만큼, 원하는 공간 등 모든 것을 제약 없이 만들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녀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가상현실 상에서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 자체를 공연한다. 2018년 6월에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틸트 브러시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재현했으며, 2019년 8월에는 러시아 카잔에서 열렸던 Worldskills 2019에서 45,000 명의 관중 앞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피터 찬 (Peter Chan)

그렇다면 일러스트레이터는 틸트 브러시로 어떻게 자신의 세계를 표현할까? 피터 찬은 전 세계의 유명 애니메이션과 영화 제작사, 게임사와 함께 일하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소니 픽쳐스, 루카스필름, 드림웍스 등 유수의 제작사들과 함께 했으며 스튜디오 지브리가 주최하는 Mary Blair : A Life ‘s Choice 전시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작가는 초등학교에 다니던 1977년에 그의 아버지가 건네준 잡지에서 스타워즈와 처음으로 만나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그는 영화의 콘셉트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협력적인 역할(collaborative role)을 발견했고, 이내 그것에 매료되어 더 많은 것을 공부하게 되었다.

1991년에 스타워즈 판권을 가지고 있는 게임 회사인 루카스아츠에 수석 아티스트로 입사하였다. 그는 원숭이섬의 비밀(Monkey Island 2)과 그림 판당고 (Grim Fandango)와 같은 어드벤처 게임들을 디자인했다. 그리고 3년 후, 작가는 자기 성찰과 함께 믿기 힘들 정도로 좋은 자신의 직장을 그만두고 워싱턴에서 프리랜서를 시작했다.

이후 2018년에는 구글과 협업한 몰입형 애니메이션 A Show of Kindness를 제작하였고, 아래의 영상은 그것의 트레일러이다. VR 디바이스가 있다면 스팀에서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VR을 사용하는 몰입형 애니메이션으로, 인트로는 오르골 소리와 태엽 감는 소리가 어우러져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모든 대화는 캐릭터의 표현과 움직임, 약간의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무언극이며 이를 통해 관객의 공감과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세 가지의 배경이 통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극의 단락을 뜻하는 막(幕)의 기능을 수행한다. 대략적인 개요는 집을 찾는 어린 소녀와 함께, 가슴 따뜻해지는 몰입형 스토리텔링 삽화에서 놀랍고 기발한 환경과 창조물들과 소통하며 여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해외의 평론가들에게 구성과 디테일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가의 개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는 것은 색상과 그림자이다. 잿빛이 가득한 세계에서 흑백 이외에 극도로 절제된 색상은 강렬한 느낌을 준다. 인트로에서 나선으로 이어진 삼원색의 선은 운명의 붉은 선과 곧 떠나야 할 불안한 여정이 떠오른다.

아래의 틸트 브러시 일러스트도 유사한 표현을 사용했는데, 흑백 세상에서의 다른 색상은 다가올 위협적인 존재로 비치기도 하지만, 바라봐야 할 희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2D 일러스트와 3D 작품의 차이를 하나만 살펴보자면, 작가의 의도를 알 수는 없지만, 기존에 사용했던 그림자의 표현이 훨씬 단순화되어있다. 색채의 계도가 한 컬러로 통일되어 있거나, 그 단계들의 간격이 절제된 차이가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3D 가상 환경에서도 카툰적인 느낌을 조금 더 주려 노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긴 여정의 맺는말

이처럼 활용하는 기기는 같지만, 작가의 마음속에 있는 예술의 세계마다 우리는 화려한 꿈의 세계를 만날 수도 있고, 잿빛의 동화 속에서 모험을 떠날 수도 있다. 오늘 살펴본 두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꿈과 동화 속 세상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끝에 그들이 말하는 희망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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